걷는다

from 일 기 2012/01/24 22:08



문득 구두코 끝을 보니 낯설다.
꽤 오랜 시간 함께한 것인데도 생경하다.
낯선 순간들은 의외로
가까운 곳에서 나를 머뭇거리게 한다.
돌보지 못한 것들의 항변인가.
걸음을 멈추고 잠시 사위를 둘러볼 때다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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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구두 2부작 2012/01/25 14:13  address  modify / delete  reply

    소가죽 구두

    비에 젖은 구두
    뻑뻑하다 발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
    신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
    구두는 더 힘껏 가죽을 움츠린다
    구두가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린 적은 없었다
    나는 구두주걱으로 구두의 아가리를 억지로 벌려
    끝내 구두 안에 발을 집어넣고야 만다
    내 발이 주둥이를 틀어막자
    구두는 벌어진 구두주걱 자국을 조용히 오므린다
    소가죽은 제 안에 들어온 발을 힘주어 감싼다

    맨 발

    집에 돌아오면 발을 물고 놓아주지 않던
    가죽구두를 벗고
    살껍질처럼 발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던
    검정 양말을 벗고

    발가락 신발
    숨쉬는 살색 신발
    투명한 바람 신발
    벌거벗은 임금님 신발

    맨발을 신는다.